2007년 05월 14일
이명박 전격 양보 아니다
이명박 전 서울시장이, 강재섭 중재안에서 '국민참여 투표 하한선 67%보장' 조항을 포기했군요. 예상된 것 (강재섭안, 이런 의미 아닐까요?) 이긴 하지만 포탈뉴스에 뜬 기사들은 블로깅 제목처럼 '이명박, 전격 양보'니 '고뇌에 찬 결단'이니 하며 빨고 있습니다. 뭐가 전격 양보고 고뇌에 찬 결단인지---.
애초 이-박의 대립은 여론조사의 반영비율 이었습니다. 지금까지 주~욱 선거참여인단의 유효투표율을 반영해 여론조사 반영 숫자를 정해왔는데, 이번엔 이 전시장 측에서 '유효투표율을 인정하지 못하겠다'며 그냥 여론조사 숫자를 다 반영하자고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했고, 박 측은 무슨 소리냐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해야지--- 하면서 서로 싸움이 커졌습니다.
물론 그 이면을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논리는 박 전 대표의 경우 자신이 '당심에서 우위에 있다'는 것이고 이 전 시장의 경우 자신이 '당심은 좀 밀리지만, 여론에선 우위에 있다'는 것입니다.
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'마치 갈라설 것처럼' 싸움을 벌였던 것입니다.
그런데 싸움을 중재한다고 나선 강재섭 대표가 원래 선거인단 규모를 유권자의 0.5%(23만여명)로 하기로 했는데 20만명으로 조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선거인단을 23만여명으로 늘리고, 국민참여 방식도 전국순회 누적투표 방식이 아니라 전국 동시투표방식으로 해 국민참여율을 높이고, 국민투표율이 3분의2를 넘지 못하면 이를 3분의 2(66.66%=67%)로 간주 해 반영한다는 3개항의 중재안을 내놓은 것 입니다.
선거인단을 늘리면 늘리는 만큼 대의원과 당원은 물론 국민참여선거인단도 늘어납니다. 이는 당심의 우위를 주장하는 박 전 대표를 배려한 안이라는 게 강재섭 대표 혹은 이 캠프의 주장입니다.
그런데 대의원이나 당원 수가 늘어난다 게 바로 당심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. 새로운 대의원이나 당원이란 박 전 대표가 믿을 수 있는 대의원이나 당원이라기 보다는 새로 획득하기 위해 부딛혀 싸워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. 대의원 당원 수를 늘리는 게 결코 박 쪽에 유리한 게 아니라는 거지요. 박 캠프쪽에서 최선은 선거인단 수를 최소화 하는 게 정답이지요.
누적투표 방식이 아니라 전국 동시투표방식도 이미 수차례의 유세 경험과 지자체장 선거나 총선에서 '박풍' 을 일으켰던 박근혜 전 대표측 입장에서 보면 전국 순회투표가 훨씬 유리하다고 믿고 있는 부분입니다. 그런데 이것도 선거참여율을 높이겠다면서 순회연설을 끝내고 하루에 동시에 투표를 하겠다는 건 박 전 대표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선거방식이기 때문에 썩 내키지 않는 방안입니다.
게다가 국민투표율이 3분의 2가 넘지 못하면 3분의 2로 쳐준다는 것은 노골적으로 여론조사의 반영비율을 높여 반영해 주겠다는 거지요.
강재섭 대표가 제시한 중재안 3개항 가운데 어느 하나도 박 전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달가운 게 없는 제안입니다.
그런데 '67% 반영' 조항은 산수만 할 줄 안다면 누가봐도 억지라는 게 드러나는 조항입니다.
따라서 박 전 캠프쪽에선 '이게 말이되느냐?'에 집중해 강재섭안을 비판하고 이 전시장 캠프를 공격했습니다.
그러다 보니 다른 2개항의 불리함은 묻혀 버렸고, 이제와서 또 문제제기를 하자니 '이 전 시장이 양보했는데, 뭘 또 시비냐"하는 그놈의 '정서'에 휘말릴 처지가 됐습니다.
그래서 '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' 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네요.
싸움을 벌일 때는 전선을 압축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, 승패에 결정적일 경우에만 전선을 압축해 공격해야지, 승패에 결정적인 게 아니라 단지 한 국면에서의 우위만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조심해서 취해야 할 전술 같네요.
이번 이-박 싸움에서 한 수 배웠습니다.
이 전 서울시장의 '고뇌에 찬 결단'처럼 포장된 '여론조사 67% 반영' 철회는, 결코 '고뇌'에 찬 결단도 아니고 '실리를 버리고 명분을 취한 것'도 아니고, 그냥 '잃을 것은 없고 얻을 것만 있었던'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 덕분에 이 전시장쪽만 실리를 챙긴 해프닝이 됐습니다.
경선룰 과정 싸움을 자세히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이를 고뇌,결단,전격 양보--등의 용어로 포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얼굴 간지러운 건지 알 겁니다. 그렇지 않다면 그냥 대충 대충 지켜본 거구요--.ㅎㅎ
그나저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룰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 판의 해프닝, 좌파 포퓰리즘에 넌더리를 내는 많은 보수 우파진영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던 한 편의 드라마는 일단 봉합된 건 가요?
잘 돼야 할 텐데--- 관찰자 입장이지만 그렇게 빕니다. |
# by | 2007/05/14 23:52 | 트랙백 | 덧글(0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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